닮은 글이 늘어나는 흔한 경로
블로그를 몇 달만 운영해도 비슷한 글이 쌓입니다. 서비스 소개, 이용 안내, 자주 묻는 질문을 번갈아 쓰다 보면 어느새 같은 장점과 같은 문장이 글마다 등장합니다. 편집자는 제목을 바꾸면 다른 글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독자는 제목이 아니라 읽고 난 뒤 손에 남는 정보로 글을 구별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필요한 것은 더 좋은 표현이 아니라 이 글만 줄 수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점검입니다. 이 점검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도구가 근거 카드입니다.
근거 카드는 이렇게 만듭니다
근거 카드는 글 한 편마다 작성하는 짧은 메모입니다. 독자가 던질 질문 하나, 그 질문에 답하는 확인된 사실 몇 가지, 사실의 출처와 확인한 날짜를 적습니다. 카드를 채울 수 없다면 글을 쓸 재료가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므로, 담당자에게 사실을 확인한 뒤 다시 시작합니다.
카드는 길 필요가 없습니다. 예약 관련 글이라면 예약 가능한 방법, 변경과 취소가 가능한 시점, 문의 시간 정도가 적히면 충분합니다. 카드에 적힌 사실이 곧 본문의 뼈대가 되므로 문장을 화려하게 꾸밀 필요가 줄어듭니다.
카드끼리 비교하면 겹침이 드러납니다
여러 글의 카드를 한 장의 표에 모아 놓으면 질문이 같은 글이 곧바로 보입니다. 질문이 같고 사실도 같다면 글을 합치는 것이 맞습니다. 질문은 같지만 이용 조건이나 대상이 다르다면 그 차이를 제목에 드러내 글을 구분합니다.
이 방식은 지역 이름만 바꾼 복제 글을 막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지역이 달라도 카드의 사실이 같다면 새 글이 아니라 하나의 안내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지역마다 접근 방법이나 운영 조건이 실제로 다르다면 그 사실이 카드에 적혀 있어야 별도의 글이 정당해집니다.
지어낸 차별화는 쓰지 않습니다
차이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근거 없는 수치나 가상의 이용 후기를 더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한 번 퍼지면 정정하기 어렵고, 업종에 따라서는 광고 표현 기준에 어긋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개인정보가 드러나는 사례를 쓰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근거 카드에 적을 수 없는 내용은 본문에도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면 이런 문제를 자연스럽게 걸러 낼 수 있습니다. 확인된 사실이 적더라도 정직한 글이 오래 읽힙니다.
글의 구조는 답을 먼저 보여 줍니다
카드가 준비되면 글의 첫 문단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제시하고, 뒤에서 조건과 예외를 설명하는 순서가 읽기 편합니다. 예외를 숨기면 독자가 직접 확인하다가 실망하게 되므로 분명히 적습니다.
다음 단계로 이어질 만한 관련 글이 있다면 연결하되, 링크를 걸기 전에 도착한 글이 약속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모든 글을 같은 문의 페이지로 보내는 대신 독자의 다음 질문에 맞는 글로 이어 주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게시 뒤에는 카드를 갱신합니다
가격, 운영 시간, 제공하는 서비스는 시간이 지나면 바뀝니다. 글을 게시한 뒤에도 카드의 확인 날짜를 기준으로 정기적으로 다시 확인하고, 달라진 사실이 있으면 글과 카드를 함께 고칩니다.
검색 순위는 어느 한 가지 요소로 정해지지 않으므로 특정 결과를 기대하기보다, 읽은 사람이 필요한 사실을 얻어 갔는지를 기준으로 글을 개선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근거 카드를 팀에서 공유하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글의 기준이 이어지고, 새 글을 기획할 때도 기존 글과 무엇이 다른지 짧은 시간에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작은 팀에서는 근거 카드를 별도 도구 없이 스프레드시트 한 장으로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열은 글 제목, 독자 질문, 확인된 사실, 출처, 확인일, 담당자 정도면 충분하고, 새 글을 기획하는 회의에서 이 표를 함께 열어 두는 것만으로도 겹치는 주제를 초기에 걸러 낼 수 있습니다.
또한 글을 수정할 때는 본문만 고치지 말고 카드의 사실과 확인일도 함께 갱신하도록 규칙을 정하세요. 카드가 낡은 채로 남아 있으면 다음 담당자가 오래된 사실을 믿고 글을 쓰게 되므로, 카드의 관리가 곧 글의 품질 관리가 됩니다. 분기에 한 번 확인일이 오래된 카드부터 다시 점검하는 일정을 두면 부담 없이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근거 카드를 도입한 뒤에는 첫 한두 달 동안 새 글이 기존 글과 얼마나 겹치는지 편집 회의에서 함께 확인해 보세요. 카드 덕분에 겹침이 줄었는지, 카드를 채우기 어려운 주제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면 카드의 항목을 팀에 맞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